주황색의 신비로운 겨울 국민과일, 감귤
귤은 겨울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누구나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
그러나 조선시대만 해도 감귤은 왕에게만 진상될 정도로 특별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성균관 유생들이 시험을 칠 때에는 왕이 감귤을 하사하기도 했다.
귤은 일반적으로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로 알려져 있는데, '베타클립토키산틴'이라는 성분 때문에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귤껍질의 안쪽 부분을 흰 천에 비비면 색깔이 노랗게 배어난다.
이것이 바로 간 보호 기능이 뛰어난 베타클립토키산틴의 실체이다. 겨울철 대표 과일에서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감귤의 효능을 알아본다.
술 마시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은 감귤
일본 시즈오카현의 밋카비 마을은 일본의 최대 감귤 생산지로 유명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건강한 장수 인구가 많고, 암 발생률이 가장 낮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2006년, 시즈오카현 주민 6,049명을 대상으로 건강 역학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일주일에 감귤을 매일 4개 이상 섭취한 사람은 3개 이하로 먹은 사람에 비해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등의 발병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밋카비 마을의 시의원인 스즈키 씨가 이런 감귤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의원 생활을 하기 때문에 유난히 저녁 술 약속이 많고, 거의 매일 각종 모임에 참석하곤 한다. 심지어 한 달에 26번이나 술 약속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시는 애주가이다. 한 번 술을 마시면 180ml 용량의 술을 10병 정도 마신다. 특별한 모임이 없을 때에도 집에 오면 시원한 맥주부터 찾는다. 그렇다면 그의 간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 혈액검사를 통해 간 기능 상태를 말해주는 간효소 수치를 측정했다.
놀랍게도 그의 간 상태는 양호했다. 술을 마시면 증가하는 감마 GTP도 정상이었다. 그의 오랜 주치의인 유*치 씨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스즈키 씨는 꽤 오래전부터 술을 상당히 많이 마신 편에 속합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간에 이상이 나타난 적은 없었고, 오히려 매우 건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밋카비 지역 사람들이 평소에 감귤을 많이 먹는데, 감귤 속에 있는 베타클립토키산틴이 간을 보호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감귤에 들어 있는 베타클립토키산틴은 색소 성분인 카르티노이드의 일종이다. 감귤이 주황색인 이유는 바로 이 베타클립토키산틴 때문인데, 주목할 점은 비슷한 색을 띠는 오렌지와 레몬에는 없고, 오직 감귤에만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베타클립토키산틴은 섭취 후 장내에서 20~30일 정도 효능을 보인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런 유용한 물질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감귤에 많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베타클립토키산틴이 체내에 오래 머무는 특징은 시즈오카현 주민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역학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감귤 섭취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혈중 베타클립토키산틴의 농도도 높았다.
일반적으로 알맹이만 먹는데 즙을 내서 소스를 만들거나 감귤껍질로 잼을 만들어 먹는 방법도 있다. 심지어 밥을 할 때도 귤즙을 넣는다. 노란색으로 물든 밥상은 감귤 향이 가득하다.
베타클립토키산틴의 항암 효과
베타클립토키산틴의 효능은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교토부립대학의 이시노 교수는 베타클립토키산틴의 항암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과거 C형 간염이 간암으로 발전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중 카로티노이드 수치를 측정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C형간염에서 간암으로 발전한 환자들은 혈액 속에 알파카로틴, 베타카로틴, 그리고 베타클립토키산틴 등의 카로티노이드 수치가 다른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낮았다.
이 조사를 기본으로 이시노 교수는 부족한 카로티노이드를 흡수하게 되면 간암을 억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5년간의 조사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네 종류의 카로티노이드를 투여한 결과, 암 발생률이 30%나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그는 다시 베타클립토키산틴의 항암 효과를 알아보기로 했다. 실험에 사용한 음료는 베타클립토키산틴 3mg과 이노시톨 1g이 함유된 감귤주스였다.
이시노 교수는 이 음료를 C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경변 환자에게 하루에 한 차례 마시도록 했다. 그 결과 대조군은 간암 발생률이 8.9%인 데 반해, 감귤주스를 마신 그룹은 1년 6개월 동안 간암 발생이 전혀 없었다.
귤은 피로회복과 피부 미용에도 좋다. 특히 귤 속의 구연산은 피로를 느끼게 하는 젖산의 분비를 막아 몸을 편안하고 활기 있는 상태로 만들어준다. 깨끗하게 씻은 감귤 껍질에 감귤 과육과 검은콩, 국화, 녹두가루 등을 넣고 보름 정도 발효시키면, 햇볕에서도 건강한 피부를 유지해주는 감귤 에센스가 완성된다.
또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귤이 전립선암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귤에 있는 '펙틴' 성분은 강력한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귤에 있는 '펙틴'성분은 강력한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전립선암 세포를 펙틴에 노출시키자 암세포가 4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타클립토키산틴과 펙틴 외에도 감귤에는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 있다. 단백질, 탄수화물, 칼슘, 철분, 그리고 비타민 C, 비타민 B1과 B2, 비타민 A가 들어 있고, 구연산, 리모노이드 성분도 풍부하다.
감귤이 건강식품으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껍질을 주황빛으로 만드는 색소 성분, 즉 플라보노이드 때문이다. 플라보노이드는 그리스어로 황색을 의미하는 '플라부스'에서 유래된 말로, 식물 색소를 일컫는다. 감귤의 플라보노이드 성분 중에는 헤스페리딘과 나린진이 대표적이다. 같은 감귤과인 오렌지와 비교해보면, 헤스페리딘의 양은 감귤이 2배정도 많고, 항산화 작용을 하는 나린진 성분도 감귤이 훨씬 풍부하다.
헤스페리딘은 자외선으로부터 우리의 피부를 보호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성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헤스페리딘이 체내에 들어오면, 간에서는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의 합성이 억제되어 혈관 내 동맥경화를 예방하게 된다. 이외에도 비만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
전문가의 한마디_감귤의 색소가 간 건강을 지킨다.
"헤스페리딘은 귤에 있는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간에서 콜레스테롤로부터 콜레스테롤 에스테르를 만드는 과정을 방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간에 지방이 쌓인다거나, 간으로부터 지방을 실어 나르는 지단백의 합성을 방해함으로써 혈청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_손숙미 교수(카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우리가 오랫동안 먹어온 국민과일 감귤은 여러 과학적 연구를 통해 그 진가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주황빛 보석 감귤은 겨울철 우리의 건강을 책임지는 영양소의 보고이자, 자연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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