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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조두레박 신부의 영적 일기 (연중 제13주일)

by daldalgom 202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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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 일기(연중 제13주일)
더는 혼자가 아닙니다….

  얼마 전에 기도하다가 문득 이런 모습을 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앞서시고, 그 뒤에 어떤 한 사람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릅니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손가락질하며 조롱하고 비난합니다. 한 사람이 예수님께 말합니다. 
  ‘주님 저 사람들이 안 보이십니까? 뭐라고 말 좀 해주십시오.’그러나 예수님께서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조금 뒤에 한 사람이 예수님께 언성을 높여 말합니다. 
  “주님 저 사람들 그냥 놔두실 겁니까? 야단을 치시든 혼내주십시오” 
여전히 예수님께서는 아무 말 없이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그러다가 한 사람도 지쳤는지 말없이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갑니다. 
  물론 저희도 그 한 사람처럼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길을 따라갈 때 할 말이 많습니다. 주변에서 조롱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러냐? 고 따지고 싶고, 사정도 모르고 욕하는 사람들에게 해명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내 처지를 알아달라고 말씀드리고 하소연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예수님처럼 말없이 십자가를 지고 길을 가야 합니다. 아멘.

 

 



 그래서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또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즉, 저희가 예수님을 따르려면 제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자기의 십자가’란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 각자에게 자기 몫의 십자가를 주셨습니다. 
  저 두레박 사제에게는 ‘본당 신부’라는 몫뿐만 아니라, 매일 고운님들과 함께 나누는 영적일기와 성경 공부를 하는 몫의 십자가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끝까지 충실하게 지고 예수님의 길을 따를 수 있도록 기도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기 몫이기 때문입니다. 
  “주여 당신 종이 여기 왔나이다. 십자가를 지고 여기 왔나이다. 오로지 주님만을 따르려 왔나이다(성가 218장. 주여 당신 종이 여기).”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갈라티아서 6장 17절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앞으로는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나는 예수님의 낙인을 내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이 찬송과 고백이 손해 보고 불행한 일입니까? 예수님이 손해 보고 불행해지셨습니까? 
이 찬송과 고백이 저희의 찬송이고 고백이기를 바랍니다.
  “제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39절).”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어떤 피정 모임에서 어떤 고운님들은 사춘기 아들이 자기 십자가라고 말합니다.
 공부하라고 해도 게임만 하고, 자꾸 엇나가서 자기를 너무도 힘들게 한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자 다음 고운님들은 남편이 자기 십자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고, 집안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너무 속이 상한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 피정 모임은 유행처럼 ‘자기 십자가’ 타령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고운님들이 ‘자기 십자가’라고 표현한 고난은 누구나 살면서 다 겪는 일상적인 삶의 고통이나 어려움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십자가는 누구나 겪는 십자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믿고 살면서 겪게 되는 그런 고통이나 어려움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을 믿기 때문에 겪게 되는 고통의 십자가 말입니다. 
물론 저희가 예수님을 믿기 때문에 잃는 것도 있고, 손해 보는 일도 있습니다. 
게다가 예수님을 믿기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도 참 많습니다. 그러나 얻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이 주시는 모든 은총은 영원한 축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고운임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덧입혀주시면, 성령이 임하셔서 고운님들의 삶을 이끌어주시면, 그것이 어떤 고통의 십자가든지 고운님들은 넉넉히 짊어질 수 있고, 이겨낼 수 있음을 믿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고운님들에게 가장 큰 십자가는 무엇입니까? 
  이제 고운님들은 예수님을 믿고 가장 큰 십자가를 말없이 지고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가겠다!’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고운님들은 더는 혼자가 아닙니다.  아멘. 

  저 두레박 사제도 ‘무슨 일이 있어도 제 십자가를 지고 끝까지 가겠다!’라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 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예수님을 믿으면서 고운님들에게 주어진 고통의 십자가를 ‘말없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지고 가겠다.’라는 마음으로 예수님을 충실히 믿고 받은 성령 충만함으로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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