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일기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행복하여라,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아….
고 진하 시인이 쓴 “어머니의 성소(거룩한 장소)”라는 글이 있습니다.
팔순의 어머니가 장독대의 항아리를 닦고 또 닦으시는 모습을 보고 거룩함이 무엇인지를 배웠다는 글입니다.
“어제 말갛게 닦아놓은 항아리들을 어머니는 오늘도 닦고 또 닦으신다. 세상의 어느 성소인들 저보다 깨끗할까?
맑은 물이 뚝뚝 흐르는 행주를 쥔 주름투성이 손을 항아리에 얹고 세례를 베풀 듯 어머니는 어머니의 성소를 닦고 또 닦으신다.”
분주하고 바쁜 세상의 눈으로 바라보면 팔순 어머니의 행주질은 부질없는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도하는 눈으로 바라보면 팔순 어머니의 행주질은 마음을 닦는 수행의 과정입니다.
그러기에 팔순 어머니의 장독대는 성소, 즉 거룩한 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그 거룩한 장소가 하느님의 나라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 고운님들이 있는 곳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로 마음을 닦으면, 그곳이 고운님들의 성소이고, 그 성소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준비하고 있음을 묵상합니다. 아멘.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오늘 말씀을 통해 주님을 기다리는 3박자가 있음을 묵상합니다.
첫째, 주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삶을 회개해야 합니다.
둘째로, 그 회개한 것에 대한 하느님의 은총을 믿어야 합니다.
셋째로, 하느님의 은총을 가지고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다린다는 것은 그냥 앉아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은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에게 그 어떤 은총도 주시지 않습니다.
물론 주님을 기다리는 준비를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행복과 건강의 은총을 주시고, 또한 열심히 준비를 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희망도 이루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그러기에 죽음을 포함한 모든 기다림은 곧 희망이 됩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르셨습니다.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에게 주인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맡길 것이다.”
그러나 저희에게 주신 모든 소중한 것들은 일정한 때가 오면 다 되돌려 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은혜로 잠시 나에게 맡겨졌을 뿐, 나에게 속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예외 없이 결산의 시간이 다가올 것입니다.
자기가 주인이 아니라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때에 결국, 저희에게 남은 것은 ‘사랑의 잔고’ 뿐입니다.
마태오복음 14장 13-21절에 보면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오천 명가량 되는 남자를 포함한 군중을 배불리 먹이시고, 열두 광주리가 남은 기적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르셨습니다.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없는 것을 주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나눌 때 기적은 일어납니다. 이것이 ‘사랑의 잔고’입니다.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고운님들은 항상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의 마음으로 주님을 만날 준비 하며 살아야 합니다.
“나에게 주신 모든 소중한 것들은 일정한 때가 오면 다 되돌려 드려야 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잠시 나에게 맡겨졌을 뿐, 나에게 속한 것은 아니라는 마음입니다.”
결국,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에게 남은 것은 ‘사랑의 잔고’ 입니다.
고운님들이 ‘사랑의 잔고’를 준비하며 살다가 언젠가 주님을 만나 이런 말씀을 드리기를 희망합니다.
“주님, 기다렸습니다. 정말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고운님들에게 이르실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아! 나의 모든 것을 너에게 되돌려 줄 것이다.” 아멘.
저 두레박 사제도 ‘사랑의 잔고’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오늘이 고운님들에게 행복하고, 기쁘고, 보람이 있는 거룩한 날이니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나누고 또 나눔으로써 마음을 닦는 행복한 종이 되어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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