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일기(사순 제1주간 금요일)
지금, 먼저, 얼른….
얼마 전에 책 장 정리를 하다가 이 제민 신부님께서 쓰셨던 “하느님의 얼굴”이라는 책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당나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떠납니다.
컴컴한 저녁 길에 비가 내려서 잠시 쉴 움막을 찾고 나서야 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 움막에서 자다가 잠결에 목이 말라서 물을 찾다가 바가지에 물이 있어서 맛있게 마셨습니다.
원효대사는 잘 자고 일어나서 깜짝 놀랐고, 지난밤에 먹었던 모든 것을 토해냈습니다.
그 이유는? 간밤에 맛있게 먹었던 물이 해골에 담아진 썩은 물이었기 때문입니다.
해골에 담긴 물은 똑같은데, 어째서 어제는 단물 맛이 나고 오늘은 구역질이 나는가?
그리고 그날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길을 나설 수 없어서 하룻밤을 더 자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전날 밤에 잠을 잘 잤던 움막에서 잠이 도저히 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움막이 아니라 무덤이었기 때문입니다.
원효대사는 말합니다.
“전날 밤에 해골에 담긴 물을 맛있게 마셨는데 오늘은 그 해골에 담긴 물 때문에 모두 토해버렸다. 그리고 어젯밤에 그렇게 잘 잤는데 오늘은 잠을 못 잡니다.”
여기서 깨달음을 얻습니다.
“모든 문제는 내 안에 있다. 그래서 바로 마음먹기에 따라서 썩은 물도 달콤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네가 문제가 아니고 내가 문제이고,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입니다.” 아멘.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
솔직히 다른 사람에게 단 한 번도 성을 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또한 ‘바보, 멍청이!’라는 말을 마음속으로도 품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요?
이 말씀에 저희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저희를 모두 죄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이런 말씀을 하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과 불평이 가득한 판단 자체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그래서 얼른 뉘우치고 화해해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의 길로 돌아서게 하기 위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희도 주님 덕분에 그 영혼을 사랑하고 용서하고 싶습니다. 주님 덕분에 나누고 싶습니다. 주님 덕분에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하늘나라에 떳떳하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고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도중에 “얼른” 타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려운 일일수록 “지금” 해야 합니다. 고민되는 일일수록 ‘얼른’ 해야 합니다.
용서를 구하려면 ‘얼른’ 해야 하고 미안하다는 말도 먼저 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이라 여겨지면 다음 기회가 아니라 “먼저” “얼른” 해야 합니다.
야고보서 1장 22절 말씀입니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고운님들 주위에 어리석은 한 영혼을 위해 기도하십시오.
그 어리석은 한 영혼은 교만으로 가득 차서 지금까지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지내면서도 자기 탓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어리석은 영혼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던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그래서 그 어리석은 영혼이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내 탓’임을 고백하는 은총이 베풀어지기를 간구하십시오.
왜냐하면, 그 영혼이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는 것이 회개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고운님들이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서 그 불쌍한 한 영혼의 회개를 위해 하느님의 자애를 실행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고운님들은 고맙고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저 두레박 사제도 고맙고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면서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지금’, ‘얼른’, ‘먼저’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십자가의 길을 걷고, 이제 고운님들이 기억하는 한 불쌍한 영혼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베풀어지기를 기도하면서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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