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일기(사순 제1주일)
십자가를 바라보는 사제...
1998년 순천 저전동 성당에서 보좌신부 2년 차 때입니다.
주일 저녁 청년 미사 때에 처음 본 자매님이 오셨는데, 너무나 예뻤습니다. 그래서 미사 끝나고 신자 분하고 인사를 나눌 때까지도 가슴이 설레었는데, 그 자매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사 후에 청년들과 소주 한잔하고 사제관에 들어왔는데, 주임 신부님께서 절 기다리셨는지 소주 한잔하자고 부르셨습니다.
저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제 마음을 아신 걸까?’라고 생각하면서 주임 신부님께 이렇게 물었습니다.
“오늘 청년 미사 때에 예쁜 자매님이 계셨는데, 마음이 너무나 싱숭생숭하니 설렜습니다. 제가 사제 생활을 똑바로 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주임 신부님이 “그럼, 예쁜 꽃을 보면 무슨 마음이 드는가?”라고 물으시자, “예쁘다.”라는 마음이 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 마음이 유혹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닙니다.”
그러자 주임 신부님이 만약 꽃을 보고도 “예쁘다.”라는 말이 안 나온다면, 그건 죽은 사람이지. 마찬가지로“예쁜 여자를 보고서 마음이 설레는 것은 네 마음이 건강하다는 증거지!”
그럼, 유혹이 무엇입니까?
“꽃을 보면 예뻐해야만 하는데, 그걸 꺾어서 너만 가지려고 할 때 그걸 유혹이라고 하지.”
그때 제가 “그럼 몇 살쯤 되어야 그런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주임 신부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관 뚜껑을 덮을 때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음 날 월요일 새벽 미사를 봉헌하고 성전에 남아 기도하고 있다가 눈을 들어 제대 십자가를 쳐다보는데 십자가에서 그 자매님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안보였습니다.
그리고 또 그 자매님의 얼굴이 보일까 봐 계속 십자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후에는 시간만 나면 십자가를 쳐다보는 습관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청년들이 저를 “십자가를 바라보는 사제”라고 불렀습니다.
어느 청년이 그럽니다. 혹시 너무나 예쁘게 보였던 분이 성모님이셨을까요? 신부님을 ‘십자가를 바라보는 사제’로 살라고 이끌어주셨나 봅니다. 아멘.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40일 동안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또한, 들 짐승과 함께 지내셨는데 천사들이 예수님을 시중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하느님의 자비로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고 승리하셨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유혹은 줄기차게 우리 곁을 따라다닐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아무 말 없이 십자가의 예수님만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사순 시기를 준비하면서, 하루도 빼지 않고 고통 속에 신음하는 자녀들을 향하여 당신 자비의 팔을 펼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기에 매일 미사 시작 때마다 저희는 주님께 자비를 청하는가? 봅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란? 너의 아픔이 내 아픔이고, 네 고통이 내 고통이며, 네 눈물이 곧 내 눈물이다. 그리고 네가 잠 못 이루며 힘들어할 때, 나도 네 옆에서 깨어있겠다.”라는 말입니다.
자명하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몸이 우리의 악행 때문에 창 끝에 찔리고, 우리의 죄악 때문에 뼈가 으스러지고, 우리의 병과 상처를 낫게 하기 위해 스스로 징벌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 앞에서 우리의 질병과 고통, 그리고 슬픔까지도 낫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송명희’라는 시인은 휠체어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사지가 뒤틀리고 찌그러진 얼굴을 가진 그 시인이 “하느님은 공평하신 분.”이라고 말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태어날 때부터 그 모양 그 꼴이‘무슨 하느님의 공평입니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 시인의 말을 듣고 제 사제의 삶이 부끄러웠습니다.
“공평하신 하느님께서는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이 나에겐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것을 내가 갖게 하셨네.”
정말 하느님은 공평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고운님들 각자에 알맞은 축복과 은혜를 주셨음을, 그리고 알맞은 고통과 십자가도 주셨음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코린토 1서 1장 3절).” 아멘.
저 두레박 사제는 제 안에 십자가의 은혜를 간직하며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간호하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지금 고운님들 마음 안에 이미 예수님의 십자가에 은혜가 새겨져 있으니, 이제 고운님들은 그 십자가의 은혜로 늘 행복해지고, 어떤 처지에든지 감사하며 살아가는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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