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 일기(연중 제5주간 목요일)
주님, 힘이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어느 책을 읽다가, 고(故) 차동엽 신부님께서 명동성당 주임을 역임하신 신부님을 소개한 글이 있어서 함께 나눕니다.
“어느 날 행색이 멀쩡한 여자분이 찾아와서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저희가 이 동네에 새로 이사 왔는데, 한번 오셔서 미사 좀 드려주면 안 될까요?’ ‘안 될 거야 없지요. 날짜를 맞춰보시죠.’
그래서 사무장에게 시켜 방문 일자를 정하고 약속한 날 미사 도구를 꾸려 알려진 주소로 찾아갔습니다.
집안을 들어가 보니 전혀 신앙인 가정의 분위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집주인은 절차나 예법도 모르고 있었고, 자신도 당황스러웠던지 이렇게 경위를 밝혔습니다.
‘사실은요, 제가 망설였죠. 이사를 와서 복을 빌고 싶은데, 무당을 불러 굿을 할까? 하다가 요즘엔 서양식이 대세이니 서양식 굿을 한번 바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신부님을 모신 거지요.’
‘네~에! 그러면 신자가 아닌데 미사를 청했단 말입니까?’
‘왜요, 안되나요?’
그다음 신부님이 어떻게 하셨는지는 기록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신부님이 어떻게 하셨을 것 같습니까?
아니, 어떻게 하셨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주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주님께서 그 여자분에게 물으셨을 것 같습니다.
‘지금 마음이 어떠합니까?’
그래서 그 여자분이 무릎을 꿇고 ‘주님, 힘이 없고 너무 힘들어 도움이 필요해 찾아왔습니다.’라고 고백한다면, 주님께서는 그 여자분을 외면하지 않고 손을 얹어 축복의 기도해 주셨을 같습니다. 아멘.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을 둔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 이교도 여자에게 아픔을 가져다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자 그 여자는 예수님에게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그분 발 앞에 엎드려 주저하지 않고 도움을 청합니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그 결과 예수님으로부터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여자의 어떤 믿음과 어떤 모습을 보시고 더러운 영이 들린 그 여자의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시고 치유해주셨을까요?
오늘 복음 말씀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예수님께서는 의도적으로 여자를 강아지 취급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여자에게 정말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의 질병을 고치고 싶은 간절함이 있는지를 보셨던 것입니다.
여자는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주님, 힘이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고백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을 치유하려는 간절함 때문이었습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교회 안에서 쉽게 마음을 다치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왔던 고운님들의 모습들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본당에서 무슨 일로 마음이 다치고, 자존심이 상하면 했던 말들이 있습니다.
“때려치우면 되지.”
“그까짓 것 성당 안 나가면 그만이지.” “사목회, 레지오, 구역 반장 직책. 그래, 다 때려치우면 되지.”
혹시 ‘다 때려치우면 되지’라는 속상한 마음이 기도의 간절함으로 연결되지 않으니, 몸과 마음이 아프고,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 어머니의 간절함으로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을 살려내고, 또한 귀한 생명을 얻게 되는 기적을 만들어 낸 이방인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고운님들에게도 이교도 여자처럼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고 주님께 도움을 청하는 “간절함”이 있습니까?
이제 고운님들은 간절함으로 주님을 불러 보십시오.
‘주님, 힘이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이미 기도한 대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아멘.
저 두레박 사제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와 미사성제 중에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 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지금 간절함이 필요하기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주님 앞에 나온다면, 고운님들이 바라는 대로 새롭게 이루어질 기회의 응답을 받고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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